화재특성과 소화기의 적응성

 

국가화재평가원

여용주 원장(소방기술사 / 공학박사)

 

어느 건물이나 공장에 가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소화기 입니다. 가장 흔하게 많이 보이는 소화기는 분말소화기로서 그만큼 광범위하게 사용이 가능하면서도 소화력이 뛰어난데다 값이 싸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소화기는 화재초기에 유일한 진압용 기구로서 피해확대여부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소화기구임에도 그 중요성을 간과하지는 않있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전기실 등에 많이 설치하는 가스계소화기의 경우 약제차체의 독성 또는 열반응시 발생하는 HF(불화수소) 독성에 노출되지 않도록 사용시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공간이 좁은 EPS(전기배선샤프트), 승강기기계실 등에서 사용할 경우 독성가스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으므로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그림1. 전기실에 많이 설치하는 CO2 소화기

 

분말소화기의 경우 방사후 분말에 의한 오염을 염려하여 다른 소화기로 대체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류화재가 예상되는 공간에 가끔 CO2 소화기가 배치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림2와 같이 소화성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유류화재의 경우에는 분말소화기가 가장 효과가 좋습니다.

 

그림2. 등유(Kerosene) 화재소화시험 - CO2 소화기로 진압 시작(좌), CO2 소화약제 모두 방사에도 소화진압 실패(우)

 

소화기는 한국산업기술원에서 형식승인을 위한 소화시험 기준을 만족해야 합니다. 직접 화재(A, B급 화재)를 모사한 후 소화시험을 실시하며, 소화기가 받고자 하는 소화성능(능력단위)에 따라 화재크기와 시험방법을 달리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림3, 4는 분말소화기의 화재시험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림3. 분말소화기 A급화재시험

 

A급 화재 소화성능시험은 소나무나 오리나무를 1단위는 90개, 2단위는 144개를 해당 소화기의 능력단위 수 대로 규정된 방식대로 쌓은 후 점화하여 3분 후에 소화를 실시합니다.

참고로 분말소화기의 능력단위는 2.5kg(A2단위,B4단위), 3.3.kg(A3단위,B4~5단위)로 알려져 있으며, C급(전기화재)의 경우는 능력단위 없이 적용 가능성 여부만 판단하고 있습니다.

시험자는 방화복을 착용하지 않고 소화는 무풍상태와 사용상태에서 실시하고 소화약제의 방사가 완료 된 때 잔염이 없어야 하며, 방사완료 후 2분 이내에 다시 불타지 아니한 경우 그 모형은 완전히 소화된 것으로 봅니다.

화재크기에 대한 기준은 없으나 소화전 약 1,200kW 정도로 추정됩니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심리적인 영향과 주변의 장애물 등을 고려하면 실제 소화가능한 화재크기는 훨씬 작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500 kW 이하가 비교적 안전하게 소화가 가능한 화재크기가 아닌가 판단합니다.

 

그림4. 분말소화기 B급화재시험

 

B급 화재 소화성능시험은 규정된 모형에 물과 휘발유를 채운 다음 점화하여 1분 후에 소화를 실시합니다.

시험자는 방화복을 착용하지 않고 소화는 무풍상태와 사용상태에서 실시하고 소화약제의 방사완료 후 1분 이내에 다시 불타지 않는 경우에 그 모형은 완전히 소화된 것으로 봅니다.

유류화재의 경우 발열량이 크고 불붙은 유류가 흘러 이동할 수 있으므로 소화시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소화시험에서 방화복을 착용하지 않는 이유는 화재초기에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으므로, 복사열이 강하면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것입니다. 만일 더 큰 화재를 소화기로 진압하기 위해서는 방사거리가 길고  더 많은 양을 방사할 수 있는 대형소화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소화기의 사용방법은 매우 간단하게 보이지만 실제 화재사례에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경우가 매우 많았습니다. 가장 첫번째 원인은 안전핀을 뽑지 못한 경우였으며 두번째는 제대로 분사를 못한 경우였습니다.

 

그림5. 소화기의 정확한 사용법

 

그림 5와 같이 소화기의 안전핀은 소화기를 든 상태에서는 절대 빠지지 않으므로, 반드시 바닥에 내려놓은 상태에서 안전핀을 뽑아야 합니다. 그리고 소화방법은 화원의 중앙이 아닌 화원의 바닥부근으로 빗자루를 쓸듯이 방사해야 소화가 가능하다는것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 본 칼럼은 국가화재안전저널 제 24호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