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안전 자료실
F30 초기대응 및 피난 계단실 연기유입을 막기위한 방연방식에 대해 - 차압제연설비의 관점에서 -
- 작성일2023/08/0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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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부1 계단실 연기유입을 막기위한 방연방식에 대하여.pdf (용량 : 394.6K / 다운로드수 : 71)
계단실 연기유입을 막기위한 방연방식에 대해
- 차압제연설비의 관점에서 -
국가화재평가원
여용주 원장(소방기술사 / 공학박사)
전쟁 시 마지막까지 사수해야하는 전선을 마지막보루라고 할 때 화재 시 마지막까지 안전을 확보해야하는 공간은 피난계단일 것입니다. 특히 고층빌딩일수록 계단실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건물내 모든 사람의 피난이 완료될때까지 피난계단은 열과 연기로 부터 보호받아야 합니다.
건축법에서 규정하는 특별피난계단은 화재 시 열과 연기로 부터 장시간 안전을 확보하도록 성능을 요구하고 있는데, 화염으로부터 견딜 수 있도록 내화구조의 방화구획과 연기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차압제연설비를 갖추어야 합니다.
문제는 화재층에서 피난 중에 간헐적으로 열렸다 닫혔다하는 계단실과 옥내사이의 출입구를 통해 유입되는 연기의 방호를 어떻게 하는것이 가장 효과적인걸까 라는 것에 대해 압력차를 이용한 방연기법 즉 차압제연을 이용하게 된 시기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2차세계대전 직후에도 계단실의 연기유입은 적극적인 배출을 원칙으로 하였으나 오히려 계단실로 연기유입을 촉진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전쟁 당시 중요한 군사시설의 압력을 높여 화학가스를 방호하였던 기술을 전쟁이 끝난 후 영국의 어느 백화점 계단실에 적용해본결과 매우 놀라운 결과를 얻은 이후 계단실 연기제어의 기본개념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계단실의 압력을 높여 연기가 원천적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개념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2년 7월 28일 최초로 이러한 개념을 소방법에 도입한지 벌써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만 여전히 뜨거운감자로 해마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공간 압력을 높여 연기의 유입을 막는 개념은 매우 간단하지만, 실제로 구현하는 기술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한 측면이 많다고 봅니다. 매우 복잡하고 거대한 구조의 공간에 건물내외부의 온도차와 외부 바람의 영향 등은 물론 화재 시 사람들의 거동 까지 고려하여 작은 압력차와 기류를 제어한다는 것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전선의 마지막보루인 피난계단실을 연기로 부터 방호하는 것입니다. 실은 많은 엔지니어들이 이러한 간단한 원칙을 종종 잃어버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국내 대부분의 설계방식은, 계단실을 연기로부터 방호하기위해 계단부속실에 급기를 통해 압력을 높은 상태로 유지합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연기가 부속실내부로 침투할 수 없어 계단실은 연기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난 중 문이 개방될 경우 압력이 저하되어 연기가 유입될 수 있는데, 이때 연기의 유입을 막기위해 일정한 속도의 바람(방연풍속)을 지속적으로 흘려보냄으로써 연기의 유입을 막게 됩니다. 방연풍속은 0.5 ~ 0.7 m/s를 기준으로 정하고 있는데, 차압기준과 더불어 영국의 제연기준인 BS5588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문이 개방된 상태에서 연기유입을 완전히 막기위해서는 약 2 m/s 이상의 풍속이 필요한데 왜 낮은 풍속을 적용하였을까요?
영국의 기준에서는, 소방대용 샤프트(계단)는 방연풍속을 2 m/s 이상을 적용하도록 규정되어있고 피난용의 경우 연기의 유입을 일부 허용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그림1)
그림1. 방연풍속에 따른 연기유입량 비교
그 이유로 두가지를 들고 있는데 하나는 피난 중 문의 개방은 지속적이지 않고 간헐적으로 열리며 그 때 유입되는 연기의 양은 적다는 것이며, 두번째는 계단실로 유입된 연기는 일정시간이 지나면 희석되어 농도가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하게 보아야 할 부분은 연기의 희석입니다. 연기가 희석되기 위해서는 계단실에서 외부로 빠져나가야 되는데, 그렇기 위해서는 계단실의 압력이 항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급배기가 이루어지도록 설비적인 장치가 필요합니다. 영국의 기준은 계단실의 압력을 가장높게 유지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계단실과 연결된 문틈새와 1층 출입구를 통해 희석이 가능한 것입니다. 즉 신선한 공기가 지속적으로 계단실로 유입되고 오염된 연기는 바깥으로 유출됨으로써 치환이 이루어집니다.(그림2,4)
부속실만 단독가압하는 경우에는 계단실의 압력이 부속실보다 낮아 유입된 연기가 희석될 가능성이 매우 적어질뿐만 아니라, 피난 중 개방된 문을 통해 압력이 낮은 계단실로 더 많은 연기를 유입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그림3)
따라서 부속실만 단독가압할 경우에는 문이 개방된 상태에서도 연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차압을 유지하거나 계단실과 부속실문이 동시에 개방되지 않도록(반도체클린룸 출입구와 같은)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방법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부속실의 압력이 높아 열렸던 계단실문이 닫히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어클로저의 폐쇄력을 강하게 조절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문끼임 사고등 안전상의 문제가 부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 좋은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림4. 연기제어의 전형적인 기본유형
최초도입당시 건물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부속실단독가압방식을 적용할 수 밖에 없었던 점은 이해하지만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도입당시 영국의 기준과 미국의 NFPA에서도 부속실단독가압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BS5588 Part4의 1998년판 9.2.2.4] : 부속실 또는 복도로 유입되는 연기가 비가압 계단실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속실 또는 복도만 단독으로 가압해서는 안 된다.
[NFPA 92A의 2006년판 A5.3.5.2] : 부속실만 가압할 경우 피난 등으로 계단실 문이 열리게 되면 부속실의 압력이 급격하게 감소되어 연기가 유입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옥내와 계단실사이의 구획벽체 기밀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은 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합니다. 건물의 구조와 형태가 변하고 더 나은 기술이 있다면 국민의 생명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적용시키는것이 엔지니어의 역할과 책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아래와 같은 차압제연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들을 틈 나는대로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왼쪽사진은 2005년 스페인 마드리드 윈저타워의 화재 후 모습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철골의 내화시공중 화재가 발생하여 건물 전소로 이어졌으며 일부상층부의 경우 건물붕괴까지 발생하였습니다.
앞쪽의 둥그런 원통은 피난계단인데 건물이 전소로 이어졌음에도 꿋꿋이 버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피난계단실은 화재 시 마지막 보루로서 열과 연기로부터 장시간 안전을 제공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 본 칼럼은 국가화재안전저널 제 15호에 기고된 글입니다.